IT 산업을 이끌어가는 최첨단 단지로 손꼽히는 금천구. 한때 이곳은 1970년대 제조업 수출물량의 상당부분을 담당하며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산업단지가 모여 있던 동네였다. 과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고향을 떠나 올라왔던 근로자들은 이곳에서 터전을 일궜고, 지금은 회사원들이 구슬땀을 흘리는 일터가 되었다는데. 대한민국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서울 금천구에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서른 네 번째 여정이 시작된다.
▲ 금천구 유일의 전통사찰, 호압사에서 시작하는 동네 한 바퀴
호암산 자락에 600년의 세월을 품은 조선 시대 전통 사찰, 호압사가 있다. 태조 때 궁궐을 짓는 과정에서 호랑이 형상을 한 산봉우리의 꼬리부분에 절을 지으면 만사가 순조로울 것이라고 하여 호암산에 이 절을 창건했다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를 간직한 호압사 주위는 수목이 울창해 특별한 정취를 자아낸다. 호압사에서 금천구를 내려다보며, 김영철은 동네 여정을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 안양천에서 만나는 고층 자전거의 달인
금천구와 광명시 사이에 흐르는 안양천. 잉어, 버들치 등이 살고 있는 도심 속 생태하천이자 금천구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출퇴근길이기도 한데. 하천 변에는 자전거 도로도 연결되어 있어, 자전거 애호가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그 곳에서 매일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남자, 3단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어전귀씨를 만나는 김영철. 어릴 때 자신의 몸집보다 큰 아버지의 자전거를 타면서부터 자전거를 사랑하게 되었고, 고층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은 더 높은 세상을 둘러보며 도전하는 재미에 흠뻑 빠졌기 때문이라는데. 고층 자전거와 함께 한 세월만큼 어전귀씨는 자전거와 한 몸이 되어 자유자재로 묘기를 선보인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고층자전거 앞에서, 김영철도 덩달아 특별한 도전을 하게 된다.
▲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던 여공들의 삶과 애환을 담은 공간
높은 고층 빌딩들이 가득한 가산디지털단지. 고층 빌딩 뒤편으로 들어가면 아직도 70~80년대에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오래된 집들이 가득하다. 가산동의 오래된 주택가를 걷다 ‘금천 순이의 집’ 이라고 쓰인 간판을 발견하는 김영철. 이곳은 과거 고된 노동과 함께 낮에는 수출역군으로 밤에는 야학생으로 꿈을 키우던 여공들이 지내던 쪽방촌을 그대로 재현해낸 곳이라는데. 쪽방촌에 조심히 들어가보는 김영철은 그곳에서 사람들에게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주는 구로공단 출신의 해설사를 만난다. 오빠와 남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서, 꼭두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했던 여공들이 지냈던 작은 방을 둘러보며 그 때 그 시절, 여공들의 애환을 느껴본다.
▲ 꿈꾸는 청춘들을 위한 공간, 청춘삘딩
발길을 옮겨 걷다 우연히 계란을 들고 오는 청년과 마주치는 김영철. 요리를 하러간다는 말에 같이 따라 들어간 곳은 금천구에 위치한 ‘청춘삘딩’이란 곳. 세상 밖을 꿈꾸며 노력하는 수많은 취업 준비생들,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공유 공간이라는데. 그 중 청춘들이 함께 요리하고 식사를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공유주방에 들어 가보는 김영철. 힘든 나날 속에서도 활기를 잃지 않는 청년들에게 아버지의 마음으로 계란 후라이를 뚝딱 만들어준다. 호주머니가 가벼워 밥 한 끼도 부담스러운 청춘들에게 공유주방은 오아시스 같은 곳이라는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청춘들을 위해 김영철은 특별한 시간을 선물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 서울 제2의 우시장, 독산동 우시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주택가에서 내려와 독산동에 자리잡은 ‘우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김영철. 독산동 우시장은 금천구민 뿐만 아니라 타 지역 사람들도 많이 찾는 서남권의 대표적인 축산시장이다. 특히 곱창, 간, 천엽 등 신선한 부산물들을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는 곳이라고. 매일 신선한 부산물을 받아 분주하게 손질한다는 상인들을 만나보는 김영철. 그 중, 우시장에서 바쁘게 곱창을 포장하는 부부를 만나본다.
친언니 따라 우시장에서 일을 시작한지 어느덧 40년, 부산물 유통에서 잔뼈가 굵은 어머니 덕에 질 좋은 곱창을 공수 받는다는 아들부부. 곱창을 포장해 나가는 부부를 따라가 보는 김영철. 따라 간 곳은 부부가 새롭게 삶의 터전을 일구고 있는 독산동의 한 곱창집. 우시장에서 매일 신선한 곱창을 공수해, 깨끗하게 손질해 질 좋은 곱창을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데. 부부가 구워주는 곱창을 맛보며 곱창으로 서로 연을 맺었다는 부부의 재미난 사연을 들어본다.
▲ 시흥 어르신들의 맞춤 옷을 책임지는 의상실
빌딩 숲 너머 높은 언덕에 위치한 주택가 시흥동을 걷는 김영철. 좁은 골목길 사이 정겹게 자리 잡은 오래된 의상실이 김영철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가세가 기울며 시흥동에 자리 잡은 후 한두 평 남짓한 공간에서 오래된 단골들의 옷을 책임지고 있다는 고애숙씨.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웃주민들의 옷을 책임진 덕에 서랍 한 켠에는 이웃들의 옷본이 가득하다. 가격도 예전 그 가격 그대로, 뚝딱 뚝딱 옷 한벌 만들어내는 솜씨도 녹슬지 않고 그대로라는데. 치열하게 보냈던 지난 세월, 바느질 하나로 세 자매를 길러내고 어엿한 집 한 채까지 샀다는 어머니의 생생한 인생사를 들어본다.
▲ 따뜻한 가족사랑이 만들어낸 뜨끈한 밥상
주택가를 걷다보니 눈에 띄는 돌탑들. 돌탑이 있는 집은 기둥도, 벽도 모두 돌로 가득한데. 호기심에 문 안을 기웃거리다 만난 집주인은 이 집을 손수 만들었다는 정겨운 할아버지, 매일 마당에서 정원을 가꾸랴, 옥상에서는 블루베리를 키우랴 하루하루 바쁘다는데. 할아버지 따라 올라간 가정집은 알고보니 시흥동 주민들만 알음알음 오는 숨은 식당이다.
과거 기울어져 가는 사업을 접고 금천구에 자리 잡은 후 가족들과 함께 살던 집을 개조해 작은 식당을 차렸다는 권훈길씨. 음식 솜씨가 좋은 부인과 그 옆에서 도와주는 두 딸들이 있어 한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다고. 천연 조미료와 국내산 재료를 아낌없이 넣은 아귀찜이 이 집의 자랑이다. 부부가 차려주는 따뜻한 밥상도 맛보고, 할아버지의 비밀 정원도 찾아가보는 김영철.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을 보며 김영철도 함께 웃음 짓는다.
산업화의 굴곡을 고스란히 간직한 금천구. 어려웠던 시절을 꿋꿋하게 버텨낸 이웃들의 이야기가 7월 20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제 34화. 다시 일어서다 - 서울 금천구] 편에서 공개된다.
뉴스출처 :[, KBS 1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