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이나 게임 등에 자주 등장하는 ‘투명망토’ 물질로 알려진 메타물질은 사실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공물질이다. 빛의 파장보다 작은 크기의 인공원자를 정밀하게 설계해 빛의 편광이나 회전을 조절, 자연계에 없는 새로운 광학 성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문제는 원하는 특성의 물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번 설계하고 실패를 거듭하는 경험적 방식에 의존해왔다는 점이다. 시간도 오래 걸릴 뿐 아니라, 효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 해결에 인공지능(AI)이 활용될 전망이다.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와 석박사통합과정 소순애.문정호씨 팀은 딥러닝*1을 활용, 임의로 새로운 구조체를 설계하는 방법과 재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유도 높은 설계법을 개발, 나노 및 광학분야 학술지 ACS 어플라이드 머터리얼스 앤 인터페이스(ACS Applied Materials and Interfaces), 나노포토닉스(Nanophotonics), 마이크로시스템 & 나노엔지니어링(Microsystems & Nanoengineering), 옵틱스 익스프레스 (Optics Express), 싸이언티픽 리포트 (Scientific Reports)에 5편의 논문을 한달 사이에 잇달아 발표해 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메타물질은 설계에 따라 그 성질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직관에 기반하여 설계, 제작, 실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설계방식에 많은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IT 기술의 발전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을 여기에 활용하는 방식이 제안됐다.
다양한 메타물질의 설계 방법, 광특성의 상관관계를 인공지능에 학습시키고, 이를 통해 연구자가 원하는 광특성을 갖는 설계법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한 번만 학습시키면 원하는 설계법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어 효율성이 크게 올라간다. 이미 미국 MIT나 스탠퍼드대, 조지아공대에서도 이를 이용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연구는 메타물질 구조체의 물질과 그 모양을 사전에 설정해두고 구조를 조정하는 수준에 그쳤다.
노 교수팀은 인공지능이 임의로 구조체 설계를 하도록 유도했고, 물질의 종류를 분류해 하나의 설계요소로 추가함으로써, 필요한 광특성에 적절한 물질 종류까지 설계할 수 있도록 해 자유도를 크게 높였다. 이 방식을 이용해 설계된 메타물질을 광학 수치 해석을 한 결과, 인공 신경망*2에 입력했던 광특성과 일치하는 특성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광학 이론과 메타물질 설계 제작을 진행해 다양한 연구성과를 발표해온 연구팀은 인공지능을 도입하기 위해, 딥러닝에 필수적으로 여겨지는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썬(Python)’을 MOOC으로 별도로 공부하는 등 전공분야를 넘어서는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성과로 메타물질의 설계에 걸리는 시간을 더욱 단축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경험적 설계에 국한되지 않아 더욱 다양하고 새로운 메타물질을 설계할 수 있다. 메타물질은 디스플레이나 보안, 군사기술 등 활용도가 높은 반면, 아직까지 개발단계에 머물러 있어 인공지능의 도입은 메타물질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주도한 노준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설계 자유도를 크게 높이는데 성공했지만, 사용자가 초기에 문제 설정을 어느 정도 해야 하고, 엉뚱한 디자인이 나와 제작이 불가능한 경우도 종종 존재하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완전한 메타물질 설계법을 개발하는데 도전하고 나노공정을 이용하여 제작을 고려한 설계 검토를 학습 시켜 획기적이면서도 실현 가능한 메타물질을 만들고 싶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공기초연구사업,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 글로벌프론티어사업, 선도연구센터사업 및 글로벌박사 양성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뉴스출처 :[포항공과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