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국도는 목포에서 신의주까지 939km 거리라 합니다.
제가 있는 곳은 1번국도가 끝나는, 지금은 통일로라는 이름으로
민통선 철책에 가로막힌 그곳 어디쯤입니다.
서울에서 오실 분들은 자유로를 타고
문산 방면 이정표가 보이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핸들을 꺾으면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작은 다리가 보일 거예요.
그 다리 건너 우측 마을길로 들어서는 야트막한 고개를 넘으면
전봇대에 매달린 나무 입간판이 보입니다.
외지인은 쿵다리라 부르고 마을사람들은 쿵따리라 알고 있는..
‘네, 저는 쿵따리입니다.’
요즘 저를 찾아오는 방문객이 늘었습니다.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땅이 들썩할 정도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그런데 그들은 알까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란 걸..
그 사람의 일생이 함께 온다는 걸...
저기 지금 막 다리초입을 건너는 여자,
삼십년 전 이곳을 떠나 입양된 나라에서도 정착하지 못하고 돌아왔네요.
언덕을 내려오는 저 남자는 아이가 많이 아픕니다.
그 아이를 살리겠다고 이곳에서 애를 쓰는 중이지요.
쿵따리와 어울리지 않는 스포츠카를 몰고 달려오는 저 여자는
이곳에서 죽겠다고 물에 빠졌다 살아난 여자의 딸입니다.
그리고 또...
수많은 사연을 가진 인생들이 지금 쿵따리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멀리서도 땅이 흔들릴 만큼 요란스러운걸 보니
이번엔 난리가 나도 아주 제대로 나겠습니다.
주로 쿵따리엔 힘들고 지치고 세상에 상처받은 아픈 사람들이 옵니다.
죽으러 오냐구요?
아니요 살려고 옵니다.
당신처럼 힘들고 아프고 세상에 치여도 견디고 살아보려고 쿵따리로 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과 당신을 늘 응원합니다.
눈부신 햇살아래 떨어지는 꽃비로, 한여름 뙤약볕에 시원한 바람으로,
쓸쓸한 가을날엔 눈부신 단풍으로, 매서운 한파엔 따뜻한 눈송이로..
제 응원과 함께 이번에 쿵따리를 찾아오는 보미, 순자, 수호, 나비, 장수..
이들과는 농사를 한번 지어볼 생각입니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꽁꽁 언 땅에 씨를 뿌려 물을 주고, 거름 뿌려 작물을 키워볼 요량입니다.
감자, 옥수수, 배추, 참깨, 물론 벼도 키워야겠지요. 수박, 토마토도 있습니다.
그렇게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할 생각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땅에 작은 씨앗하나가 얼마나 큰 열매를 맺는지 한번 보여줄 생각입니다. 그렇게 애써 키운 작물을 한가득 실어 다시 세상으로 내보낼 겁니다.
꽁꽁 언 마음에도 희망이란 작은 씨앗하나 품으면 행복도 맺을 수 있다고 느끼고 보여줄 겁니다.
혹시 사는 게 지치고 힘드신가요!
미래가 불안해서 주저앉고 싶으신가요!
희망이 보이질 않나요!
그럼 쿵따리로 오셔서 쿵따리가 주는 작은 위로와 희망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쿵따리행은 매일 아침 7시 50분에 출발합니다!!
뉴스출처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