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앨범 산>에서는 지난 시간에 이어 그리스 크레타섬에서 여정을 계속한다. 섬의 유구한 역사를 말해주듯 섬 구석구석에 놓인 고대 산악 마을의 흔적을 따라 대자연의 속살을 누비는 일행. 산과 바다를 모두 품고 있는 크레타섬은 해안가를 따를 때면 웅장한 산맥이, 산길을 따를 때면 푸른 바다가 어김없이 펼쳐지며 자연이 내어주는 다채로운 풍경 속에서 걷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그 눈부신 자연 경관을 한껏 즐기며 향한 곳은 크레타섬의 대표 명소인 사마리아 국립공원.
유럽에서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협곡 중 최장으로 꼽히는 사마리아 협곡을 품고 있는 사마리아 국립공원은 하늘 높이 솟은 바위산과 거대한 협곡, 기묘한 바위와 수많은 동식물 등 다채롭고 풍성한 자연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일행이 오를 기길로스산은 해발 2,080m에 이르는 바위산으로 거칠고 투박하지만, 동시에 순수한 자연 경관을 누릴 수 있는 매력적인 산이다.
등산로 입구부터 일행을 압도하는 잿빛 바위산의 위용. 그 위로 반짝이는 순백의 만년설을 바라보며 기길로스산의 깊은 품으로 걸음을 시작한다. 트레일 초반에는 크고 작은 돌들이 깔린 너덜지대가 이어지는데 돌 틈에선 갓 피어난 봄철 야생식물들이 여기저기서 일행을 반긴다. 비와 바람에 침식되면서 형성된 기묘한 바위들 사이로 걸음을 더하는 길, 곧이어 V자 형태로 깊게 패인 거대한 협곡이 눈앞에 펼쳐진다.
협곡을 오르는 길에도 내내 이어지는 가파른 너덜지대는 고도를 높일수록 예상치 못했던 설원을 펼쳐 놓는다. 지난 겨울에 내린 폭설로 인해 봄에서 여름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까지도 고지대에는 잔설이 남아있는 것. 지중해 한복판에 솟아오른 섬 산에서 머리 위로는 뜨거운 태양을 이고 발아래로 차가운 순백의 눈길을 두고, 그 낯설고도 이색적인 풍경과 호흡하며 천천히 나아간다.
바위에 그려진 작은 표식을 따라 꾸밈없는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만끽하며 걷는 길.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강풍을 뚫고 마침내 해발 2,080m 기길로스산 정상에 도착하자 주위로 뻗어 내린 검푸른 산줄기를 중심으로 더 이상 푸를 수 없을 만큼 눈부신 바다와 하늘이 하나가 되어 황홀하게 펼쳐진다. 살아 숨 쉬는 역사와 천혜의 비경이 넘쳐나는 섬, 크레타. 그 선물 같은 시간을 <영상앨범 산>에서 만난다
◆ 출연자 : 이상은 / 산악 사진가, 유병찬 / 와인 여행가
◆ 이동코스 : 사마리아 국립공원 ~ 기길로스산(2,080m) 트레일 / 왕복 5시간 소요 ~ 그리스 볼로스
뉴스출처 :[KBS 2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