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고(포항스틸러스 U-18)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이창원 감독이 대학축구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올해부터 대구예술대 신임 사령탑을 맡은 이창원 감독은 전남드래곤즈, 포항스틸러스 등에서 선수 생활을 했으며 2009년 선수 은퇴 이후 프로와 유소년, 중국축구 무대에서 지도자로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맡았던 포항제철고 감독이다. 당시의 포항스틸러스와 유사한 ‘리틀 스틸타카’로 참가하는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내며 팀의 황금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특히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고교클럽 챌린지리그에서 3년 연속으로 우승했고, 2013년에는 고등리그 왕중왕전에서도 우승하며 더블을 달성했다. 2014년에도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대통령금배, 전국체전 등 굵직한 대회에서 모두 정상에 오르며 위용을 뽐냈다. 황희찬, 이진현, 문창진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이 시절 이창원 감독과 함께 포항제철고의 전성기를 장식했다.
“(포항제철고 시절은) 평생 잊을 수 없죠. 좋은 장면들도 좋은 선수들도 많았어요. 그 때 저희 팀을 거쳐 간 제자들 지금도 대부분 연락이 와요. 6개 대회 연속으로 결승에 올라간 경험도 있고 4관왕을 한 경험도 있는데, 앞으로 지도자를 하면서 그런 경험을 또 할 수 있을까요(웃음)?”
이창원 감독에게 있어 대학팀 감독직은 대구예술대가 처음이다. 이미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음에도 자신을 ‘초짜’라고 지칭하는 이유다. 이 감독은 과거의 영광을 모두 잊고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포항제철고 시절이 화려했던 건 분명하지만 거기에 빠져있으면 안되겠죠. 안주하기 보다는 다음 도전을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고 싶어요. 도전하면서 계속 부딪히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대구예술대만의 색깔 찾기 위해 노력할 것
이창원 감독과 대구예술대 선수단은 현재 경상북도 영덕군에서 동계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학교에서 훈련을 진행했으며, 영덕에서 훈련을 진행한 지는 이제 3일째(인터뷰일 기준)다. 2015년 포항제철고를 떠나 대전시티즌 수석코치, 중국 옌볜 푸더 U-23 감독, KFA 전임지도자 등을 거쳤던 그는 대구예술대 감독직을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환경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과거에 맡았던 팀들보다는 전력이 조금 떨어지는 면은 있어요. 그래서 전지훈련 기간 동안 옛날에 했던 축구와는 다른 축구를 펼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대구예술대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이죠. 지도자 커리어에 있어서 대학축구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어차피 축구를 대하는 건 다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이창원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우선 선수단의 자신감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적극적인 동기부여가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선수들과 처음 만났을 때 다소 패배의식에 젖어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어요. 예전에 맡았던 팀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더라고요. 리더를 중심으로 팀이 하나로 응집되기 보다는 그저 자기 역할만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조용하고, 기가 죽어있다고 해야 할까요.”
이창원 감독은 자신을 낮추며 선수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과거의 영광을 모두 잊고 선수들과 동일선상에서 함께 도전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제가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이야기한 게 ‘우리는 할 수 있다’였어요. 패배 의식을 벗어버려야 한다고 강조했죠. 예전과 똑같은 축구를 하면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어요. 이제부터는 달라져야 하고, 달라져야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했어요.”
“해 놓은 것이 너무 없었기에 오히려 조금만 해도 돋보일 수 있는 게 대구예술대가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남들이 쳐다보지 않더라도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축구해야 하죠. 큰 점수 차로 지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하고요.”
2005년 창단한 대구예술대는 아직 U리그와 전국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U리그 9권역에서는 3승 4무 2패로 6위를 기록했다. 올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한 게 분명하다. 이창원 감독은 시행착오를 감수하고서라도 대구예술대만의 스타일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다.
“저는 활발한 패스의 공격 축구와 끈질긴 수비를 좋아해요. 경기에 나서기 전부터 그림을 미리 그리는 스타일이죠. 아직 대구예술대와 함께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뭐라 단언하긴 힘들지만 조금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한동안은 강한 팀에 두드려 맞고, 깨지며 배워봐야 틀이 잡힐 것 같아요.”
첫 대학팀 감독이지만 큰 욕심보다는 뿌리를 다지는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신도 대학축구에서는 ‘초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일단은 앞만 보고 달리고 있습니다. 플레이스타일도 문화도 우리만의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신입생들은 팀의 문화를 보고 들어오잖아요. 아직은 부임 초기라서 뭐라 말씀드리긴 힘들지만 천천히 만들어 가보려고요. 저도 ‘초짜’인걸요(웃음). 시간이 지나서 선수들이 저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 팀도 분명 좋아질 것이라 믿어요.”
[보도자료출처: 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