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솔루션, 브레인기자] “선수들은 지도자가 얼마나 열정을 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나이 33살의 젊은 지도자인 서은지 감독은 지난해 10월 열린 행복교육도시 화천 2020 춘계한국여자축구연맹전에서 충북예성여중의 우승을 이끌며 감독으로서의 첫 우승을 맛봤다. 앞서 8월 진행된 제28회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둔 것에 이어, 감독 부임 2년차에 좋은 성과를 냈다. 서은지 감독은 2014년부터 예성여중 코치를 해오다 2019년 3월부터 감독을 맡았다.
태권도 선수를 하다 부모님의 권유로 중학생 때 종목을 전환한 서은지 감독은 그때부터 축구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실업팀 충남일화(해체)에서 뛰다 부상으로 인해 이르게 선수 생활을 접은 그는 곧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다. 젊은 나이지만 벌써 지도자 생활 10년차다. 그는 “청춘을 다 바친 것 같다”며 웃었다.
서은지 감독은 그럼에도 “내 생활을 희생한 만큼 이상의 보람이 있다”고 말한다. 열악한 저변이지만 한국여자축구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유망주를 길러내는 일은 서은지 감독을 쉴 수 없게 만든다. 지도자의 열정이 곧 선수의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춘계연맹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감독 부임 2년차에 얻은 성과다.
감독으로서의 첫 우승이라 뜻 깊다. 사실 기대를 많이 하지는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었다. 여왕기에서도 우여곡절 끝에 준우승을 했는데 선수들이 춘계연맹전에서도 열심히 해줬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간 포항항도중을 만나면 늘 졌기 때문에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있었다. 춘계연맹전에서도 결승에서 만나면서 꼭 넘어서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아이들이 이를 악물고 뛰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훈련에 어려움을 겪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단체 훈련이 어려운 시기에도 선수들과 끊임없이 소통했다.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매일같이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고 관리했다. 언제든 다시 소집 훈련을 하게 되면 바로 집중할 수 있게 마음가짐을 잘 할 수 있도록 했다.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
-젊은 여자 감독으로서 갖는 장점이 있는가.
나 또한 선수들과 같은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나도 중학생 때 선수 생활을 하며 겪었던 일들이 있으니까. 어떨 때 축구가 하기 싫고 어떨 때 슬럼프가 오는지 안다. 선수들과 상담을 할 때 내 경험을 이야기해주면서 소통한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면 선수들도 편하게 다가온다.
-선수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체득한 것인가.
2014년부터 코치를 하면서 많이 배웠다. 그 전에는 초등부 팀에 있었다. 초등부와는 달리 중등부 선수들은 훈련 면에서는 수월한 반면 심리적으로 관리할 것들이 많다. 사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다보니 물론 쉽지는 않다. 처음에는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선수들과 매일 함께하며 소통하다보니 자연스레 터득이 됐다. 쉴 때는 같이 게임도 하고 휴가 때 같이 놀이공원이나 계곡으로 놀러가기도 한다.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하기로 해서, 축구를 할 때는 엄격하게 하다가도 축구 외적인 부분에서는 편하게 지낸다. 친구처럼 대하다보니 졸업 후에도 연락을 하고 지내는 선수들이 많다. 성인이 된 선수들은 술을 사달라고도 하더라(웃음).
-선수들과의 소통이 팀의 성과에도 도움이 됐는가.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다. 사실 우리 팀은 특출한 선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 다른 강팀들에 비해 개개인으로만 봐서는 냉정히 부족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우리가 상대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선수 하나하나가 한 발짝 더 뛰고 희생하면서 하나의 팀이 되는 것이다. 선수들에게도 솔직히 이야기한다. 부족한 건 인정하되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조직력과 기동력에 중점을 두면서 팀이 발전할 수 있었다.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나.
앞서 말한 대로 졸업한 선수들이 연락해올 때다. 고등학교, 대학교로 진학을 하고 드래프트를 통해 실업팀에 가서도 나를 찾아준다는 것이 고맙다. 그리고 선수들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는 것도 보람이다. 다른 지도자 선생님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예성여중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뛴다고(웃음).
-비교적 빨리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계기는 무엇인가.
선수 시절부터 지도자에 대한 꿈이 있었다. 허리 디스크로 인해 은퇴를 빨리하게 되면서 시기가 앞당겨졌다. 23살에 선수를 은퇴하고 24살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대 청춘을 다 바친 것 같다. 31살에 감독이 됐으니 빠르다고 할 수 있다.
-코치에서 감독이 된 후 어떤 것들이 바뀌었나.
훨씬 힘들다(웃음). 감독은 선수들 관리와 훈련뿐만 아니라 스카우트나 부모님과의 관계, 학교와의 관계, 지자체와의 관계 등 외부적으로 신경써야할 것들이 많다. 시간적인 여유가 사라졌다. 코치 시절에는 휴가 때 부천에 있는 본가에도 가고 했는데 이제는 그럴 시간도 없다.
-최근 몇 년간 여자 감독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WK리그에도 여자 감독이 늘어난 것이 고무적이다. 앞으로 더 많이 여자 감독이 생겼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는 여자 감독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경우를 보곤 한다. 아이를 남자 감독에게 맡기고 싶어 하는 부모님을 간혹 본다. 앞으로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이다. 여자 지도자들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기에 편견이 사라질 날을 기대해본다.
-지도자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내가 인정받는 것보다는 내가 가르친 선수들이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선수들의 성장이 목표다. 선수들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실업팀까지 가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연령별 대표팀에도 많이 뽑혔으면 좋겠다.
-선수들에게 어떤 것을 강조하는가.
하고자하는 마음이다. 안되더라도 계속 시도하라고 이야기한다. 하는 만큼 분명 대가가 있으니 끝까지 해볼 것을 강조한다. 포기하거나 하는 척만 하는 모습을 보이면 강하게 혼을 내는 편이다.
-올해는 어떤 목표를 갖고 준비하고 있는가.
성적을 내는 것도 좋지만 우선 모든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낙오자 없이 1년을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3학년이었던 선수들이 졸업하면서 전력은 다소 약해졌지만,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발전시키고자 한다. 이맘때 선수들은 지도자가 얼마나 열정을 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졸업하는 선수들을 보면 떠나보내기가 아쉽다. ‘이제 선수답다’ 싶으면 졸업이다(웃음). 올해도 변함없이 하나의 팀으로 선수들과 함께 하겠다.
[보도자료출처: 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