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남초등학교 교장 김용구는 42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며 동시집 『섬마을 아이의 해시계 그리기』를 출간하였다.
김용구 교장은 아이들과 학교생활을 하면서 함께 겪고 느끼며 공부하던 모습을 총 83편의 동시에 담아 6부로 나눠 동시집에 엮었다. 1부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좇아, 마지막 6부는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쓴 작품이다. 2부는 벽지 산골 학교 근무하면서 쓴 글이고, 3부는 소중한 가족과 친구 이야기, 4부는 태어나고 자란 경주와 신라 이야기, 5부는 울릉도 근무하면서 쓴 글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 아동문학계의 태두 혜암 최춘해 선생님은 “이 시집의 작품들을 보면 그늘진 아이들의 인격 존중, 생명 존중, 자연 사랑, 우리말과 글의 사랑 등을 내용으로 담은 시가 많다. 또 아이들 편에 서서 아이들 눈높이로 쓰려고 애를 썼다. 나를 낮추고 봉사 정신을 담은 시도 있다. 아마 이오덕 , 이호철, 서정오 등 경북아동문학회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영향을 받기도 하고, 철학박사가 될 만큼 노력한 열매일 것이다.”라고 평하였다.
동글동글 사과/해님 따라가며/골고루 익으려고/동글동글//모난 세상/그늘진 곳 없도록/동글동글//나도 둥글고 싶다./반으로 쪼개고 더 쪼개도/나누는 기쁨으로/동글동글(‘동글동글’ 전문) 1연은 사과가 골고루 익으려고 둥근 해를 따라가며 동글동글해지고, 2연은 그늘진 세상이 없도록 동글동글해진다. 3연은 사과 하나를 나누어 먹으니 내 마음이 동글동글해진다고 했다. 이 시는 나누는 기쁨이고, 이 시와 짝이 되는 베풀기를 그린 시 ‘주머니’가 있다.
이런 철학을 가진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은 아이들은 어떤 마음을 지니게 되었을까. 흐뭇한 마음이 든다.
김용구 시인의 시의 초점은 늘 그늘진 아이들의 편과 그들의 눈높이로 바라보았다. ‘섬마을 아이의 해시계 그리기’에서는 아버지 엄마는 일터에 나가고 누나가 동생을 업고 학교에 갔다가 교실에서 창피를 당했다. 그래서 오늘도 누나는 학교에 못 갔다. 그 아이가 마당만 한 학교 운동장에서 해시계를 그린다. 시적 화자는 해시계를 그리는 그 아이의 처지가 되어서 아이의 마음을 그린다. 어판장 너머 해님 한 번 쳐다보고 도화지 위엔 점을 찍으면서 엄마 얼굴을 그려 본다. 후박나무 숲 해님 한 번 쳐다보고, 도화지 위에 점을 찍으면서 젖병 물리고 있을 누이 얼굴을 그린다. 국기 게양대 위에 해님을 바라보고 도화지 위에 해시계를 그리면서 바다 나가신 아버지의 잔잔한 미소를 그린다. 그 아이는 아버지와 즐거웠던 한때를 떠올린다.
‘아버지는 두 손 맞잡고 빙빙 돌았다./아버지는 아이 돌리고/아이도 아버지 돌리고/해님이 지구 당기는 힘으로/서로서로 빙그르르 돌고 돌았다.’
아이는 가난하고 어려운 생활을 하지만 불만스럽게 여기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즐거워할 것이라고 나타냈다. 끝 연에서는 이 아이가 우주의 중심이 되어 해님을 돌리고 있다고 큰 포부를 나타냈다. 이 시적 화자가 김용구 교장이다.
혜암 선생님은 동시집『섬마을 아이의 해시계 그리기』를“자연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바탕에 깔린 시”라고 총평하였다.
김용구 교장은 동시집을 엮으며 작품들이 참 헐겁다는 생각을 했다고 쓰고 있다.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제 마음대로 제멋대로 쓴 글이라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헐거워서 맵시가 나지 않는데, 어릴 적 어머니는 늘 옷도 신발도 늘 큰 것으로 사주셔서 헐거웠던 기억을 하면서 쑥쑥 자라나는 아이의 꿈으로 동시집을 냈다고 하였다.
아울러 교직 생활 중 참 다행스러웠던 일은 글쓰기 지도를 교육적 소신으로 여기고 아이들과 함께 공부했다는 것이다. “유명한 시, 유명한 시인이기보다는 유용한 시인이고 싶었고 유용한 시를 쓰고 싶었다.”고 피력하고 있다. 그는 ‘참삶을 가꾸는 글쓰기’ 를 42년간의 교직 생활의 신조로 생각하면서 글쓰기는 삶의 구원이었다고 술회하였다. “사는 대로 쓰는 것도 맞지만 쓰는 대로 살아진다고 믿는다.”고 말하며 정년퇴직 후 참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