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약팀이라는 평가를 뒤집고 결과를 내서 떳떳하다.”
팀을 우승으로 이끈 허율은 자부심에 가득 차 있었다. 광주금호고(광주FC U-18)는 2019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 겸 제74회 전국고등축구선수권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7일 제천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울산현대고(울산현대 U-18)를 만난 금호고는 후반 40분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추가시간 종료직전 이새한의 동점골과 연장전반 송주민의 역전골로 팀 역사상 첫 왕중왕전 우승을 차지했다.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한 주인공은 등번호 10번을 달고 팀의 공격을 이끈 장신 공격수 허율이었다. 허율은 이번 대회에서 많은 골을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장점인 높이(192cm)와 힘을 살려 금호고의 공격을 이끌었다. 결승에서도 금호고는 허율의 포스트플레이를 적극 활용한 공격으로 현대고를 압박했다. 큰 키에 비해 빠른 스피드와 유연한 돌파력도 허율의 장점이었다. 특히 연장전반 송주민의 역전골로 이어진 돌파는 그의 장점을 그대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대회를 마친 허율은 “지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을 많이 겪었고 감독님이 차분하게 경기하면 찬스가 날거라 하셔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게 역전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MVP 수상에 대해서는 “올해 우리가 성적이 좋아서 개인상을 많이 받았다. 이번 상은 받지 못한 선수들 대신 받는 것 같아서 나머지 선수들에게 좀 미안하다”며 동료들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진로가 결정된 3학년들은 다음 시즌 준비를 이유로 왕중왕전에 결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금호고는 달랐다. 허율을 비롯해 부상자를 제외한 모든 3학년들이 끝까지 우승을 위해 함께했다. 최수용 감독도 “3학년들이 나태해 질 수 있는 시기인데 동기부여를 잃지 않고 끝까지 뛰어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허율 역시 “마지막 3학년 대회인 만큼 팀원 모두가 열심히 준비했다. 3학년들이나 U-17 월드컵에 다녀온 선수들까지 팀원들과 한마음 한 뜻으로 뛰어서 우승해서 너무 좋다”는 소감을 밝혔다.
금호고는 2019년에 K리그 U-18 챔피언십에 이어 왕중왕전까지 2관왕을 달성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두 번의 대회에서 모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허율은 “이번 시즌 동계 훈련 시작 전에 주변에서 올해 금호고는 약팀이고 별 볼 일 없는 팀이라 평가했다. 평가를 뒤집고 이렇게 결과를 내서 떳떳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3학년인 만큼 금호고를 떠나 더 큰 무대로의 도전을 앞두고 있는 허율은 국가대표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을 롤모델로 밝혔다. 허율은 “공중볼 다툼을 하는 것 등을 김신욱 선수를 보며 많이 배운다”며 “앞으로 대학을 가건 프로를 가건 어느 위치에서든 내 역할을 하며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