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구청장 성장현)가 오는 28일 남이장군 사당제(시 무형문화재 제20호, 이하 당제)와 당굿, 장군출진식을 열고 ‘청년’ 남이장군의 기개를 되살린다.
당제는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용문동 남이장군 사당(효창원로 88-10)에서 진행된다. 장군의 업적을 추모하고 주민 무병장수, 생업번영을 기원하는 행사다. 남이장군사당제보존회(이하 보존회) 회원, 남씨종친회, 주민 등 500명이 참석한다. 성장현 구청장도 제관(초헌관)으로 함께할 예정이다.
당제가 끝나면 당굿이 이어진다. 장군의 넋을 달래는 12거리 굿으로 가망청배 부군거리 신장거리 무감 호구거리 발명거리 조상거리 상산거리 별상거리 대감거리 창부거리 재석거리 군웅거리 황제풀이 뒷전 순이다. 굿이 열리는 동안 주민들은 사당 아래에서 국수 잔치를 벌인다.
행사 압권은 장군출진식이다. 여진족 토벌 당시 장군 출진 모습을 재현한다. 코스는 남이장군 사당(11:30) → 효창운동장(11:40) → 숙명여대(11:50) → 남영동(12:00) → 삼각지(12:10) → 신용산역(12:20) → 전자상가(12:30) → 용문시장(12:40) → 남이장군 사당(13:00)이다. 보존회기를 선두로 용기, 대취타, 도원수기, 장군, 부장, 영기, 군졸, 재관, 연등 순 500명 행렬이 이어진다. 통과시간은 당일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보존회 관계자는 “1467년 이시애의 난 토벌 당시 남이장군이 용산에서 정병 300명을 모집한 사실이 있다”며 “군병 출진 모습을 재현, 장군의 업적을 세상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본 행사 전날인 27일 오후 5시에는 당제 전야제가 열린다. 행사 장소는 용문시장, 용문동 새마을금고 일대다. 풍물패, 주민, 예술단이 함께한다. 또 이날 오후 6시부터는 주민 150명이 장군 등을 가지고 인근 산천동 부군당(효창원로15길 7)에서 연꽃과 교환해오는 이른바 ‘꽃받기(꽃등행렬)’ 의식을 치른다. 산천동 부군당은 장군의 첫 번째 부인 ‘권씨’를 모신 사당이다.
본 행사 다음날인 29일 오전 10시에는 사례제, 대동잔치가 열린다. 사례제는 사람들이 신성한 당내를 어지럽힌 데 대한 ‘사죄’의 뜻을 담아 굿이 끝난 다음 날 치르는 제사다. 제사가 끝나면 주민들이 모여 대동잔치를 열고 제물(祭物)을 먹는다.
앞서 보존회는 효창원로, 백범로 일대 청사초롱 400개를 설치했다. 24일~25일 양일간은 걸립(乞粒·무당이나 걸립패가 집집이 돌아다니면서 돈이나 곡식 등을 걷는 일)을 통해 당제 분위기를 띄운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매년 음력 10월 1일에 진행되는 남이장군 사당제는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유산”이라며 “장군의 애국충정을 기리고 옛 전통을 지속적으로 유지·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남이장군은 조선 세조 때의 무신이다. 이시애의 난, 여진 정벌로 공을 세워 27세에 병조판서(현 국방부장관)가 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세조가 죽은 뒤 역모에 몰려 처형당하는 비극을 겪고 만다.
용산에 장군 사당이 세워진 건 지금으로부터 약 300년 전 일이다. 당초 위치는 원효로2가 7번지였으나 1904년 경의선 철도가 부설되면서 “장군의 고혼이 시끄러워한다”는 지역 유지들 의견에 따라 현재 위치로 이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