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코리안투어 최대 상금이 걸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은 다양한 특전이 있는 대회라 출전선수 모두가 우승을 꿈꾼다. 올해는 시즌 최종전을 겸해 선수들의 우승 경쟁은 더욱 치열했다. ‘제네시스 챔피언십’엔 3억원의 우승상금과 PGA투어 ‘더 CJ컵@나인브릿지’,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출전권, 그리고 프리미엄 세단인 제네시스 G70이 부상으로 걸려 있어 대회 개막 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모두의 부러움을 살 우승자는 아시아 국적 최초의 PGA투어 신인왕인 임성재(21.CJ대한통운))였다. 초청 선수로 출전한 임성재는 13일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파72.7,434야드)에서 막을 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데일리 베스트인 5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로 역전우승했다.
임성재는 선두 문경준(37.휴셈)에 7타나 뒤진 채 최종라운드에 나섰으나 장타력을 바탕으로 강한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14번 홀(파4)에서 1온, 18번 홀(파5)에서 2온에 성공하며 우승에 필요한 값진 버디를 만들어냈다. 임성재는 특히 승부가 갈린 마지막 18번 홀에서 작심한 듯 강력한 드라이버샷으로 볼을 311m나 날리며 승부수를 띄우는 등 PGA투어가 기대하는 유망주다운 플레이를 펼쳤다.
문경준은 비록 임성재에게 역전우승을 허용했으나 일년 내내 고른 기량을 발휘해 제네시스 대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권성열(33.비전오토모빌)과 공동 준우승을 거둔 문경준은 제네시스 포인트 600점을 추가해 총 4,126포인트로 2위 이수민(3,780점)을 346점 차로 따돌리고 제네시스 대상을 확정했다.
대상 수상의 원동력은 꾸준함이었다. 문경준은 올 시즌 우승은 없었으나 전 대회에 출전해 한번의 예선탈락도 없이 안정된 기량으로 제네시스 포인트를 쌓았다. 15개 대회에 모두 출전해 한 차례의 컷오프도 없었으며 톱10에 7번이나 들었다. 또 평균타수 70.179타로 ‘덕춘상(골프존 최저타수상)’도 차지했다.
문경준은 제네시스 대상 수상으로 역전패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문경준은 내년 시즌 유러피언투어 출전권을 얻어 유럽무대로 진출하기로 했다. 아울러 2024년까지 KPGA 코리안투어 시드를 확보했으며 PGA투어 두 경기에도 출전하게 됐다. 또한 보너스 상금 1억원에 제네시스 차량 1대를 부상으로 받게 됐다.
문경준는 ‘CJ컵@나인브릿지’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처음 CJ컵에 출전해 기쁘다. 현장에 오니 마음도 설레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문경준은 자신에게 역전패를 안긴 임성재, 지난 해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자인 이태희(35.OK저축은행)와 함께 연습라운드를 돌며 결전에 대비했다.
제네시스 포인트 시스템은 KPGA 코리안투어 각 대회의 상위 60위까지의 선수에게 차등 포인트가 부여되는 시스템이다. 우승자에겐 1,000점이, 준우승자에겐 600점이 주어진다. 시즌 종료 후 포인트 합산 상위 10명에게 총 3억원의 보너스 상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이는 KPGA 코리안투어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활력소로 작용했다.
대회 첫날엔 이수민(26.스릭슨)이 노보기 플레이를 펼치며 버디 6개를 잡아 선두에 나섰다. 4~7번 홀에서 4연속 버디를 낚은 이수민은 15,16번 홀서 연속 버디를 추가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우승에 이은 2주 연속 우승의 청신호를 켜는 듯 했다. 임성재는 2언더파 70타로 디펜딩 챔피언인 이태희, 작년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인 이형준(27.웰컴저축은행)과 함께 공동 15위로 출발했다.
2라운드는 ‘초보 아빠’ 박정민(26.샴발라골프앤리조트)의 날이었다. 한달 전 첫 아이를 얻은 박정민은 강풍 속에서도 버디 4개에 보기 1개로 3타를 줄여 중간합계 6언더파 138타로 윤성호(23.골프존)와 함께 공동 선두를 이뤘다. 첫날 선두 이수민은 2타를 잃어 중간합계 4언더파 140타로 제네시스 포인트 선두인 문경준과 함께 공동 4위에 자리했다. 임성재도 2타를 잃어 중간합계 이븐파 144타로 공동 27위로 밀려났다.
무빙데이인 3라운드엔 문경준이 도약했다. 문경준은 2, 3라운드에 이틀 연속 4언더파씩을 몰아쳐 중간합계 8언더파 208타로 공동 2위인 권성열과 윤상필(21)을 5타 차로 앞섰다. 2015년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 이후 4년 5개월 만에 통산 2승 기회를 잡은 문경준은 넉넉한 타수 차 때문인 듯 “동계훈련중 이틀 연속 홀인원을 했다”며 “시작이 좋았던 만큼 끝도 좋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생일을 맞은 이수민은 2타를 더 잃었으나 중간합계 2언더파로 단독 4위를 달렸다. 1타를 줄인 임성재는 중간합계 1언더파로 박정민과 함께 공동 5위에 포진했다.
마지막 라운드엔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선두 문경준에 7타 뒤진 임성재는 10번 홀까지 버디 4개를 잡아 1타 차로 따라붙었다. 이후 14번 홀(파4)서 1온에 성공한 뒤 2퍼트로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에 올랐고 마지막 18번 홀(파5)서 193m를 남겨두고 6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을 홀 가까이 보낸 뒤 우승을 결정짓는 버디로 연결시켰다. 문경준은 같은 홀서 연장을 노린 버디에 도전했으나 쓰리 퍼트로 보기를 범해 공동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