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의 품은 역시 아늑하고 포근했다. 오랜만에 마주한 조국의 가을 하늘은 맑고 드높았고, 본가의 손님맞이는 정이 넘쳤다. 해외로 나가 태권도를 개척하고 전파하려 애쓴 보람을 만끽한 한때였다.
제100회 서울 전국 체육 대회에서, 정겨운 한순간이 빚어졌다. 최창신 대한민국태권도협회(KTA) 회장이 이번 전국 체전에 출전한 태권도 관련 해외 동포 선수단 임원·지도자를 초청해 베푼 오찬은 한 민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준 시간이었다. 본집의 부모와 시집간 딸이 서로 애틋해하며 덕담과 정담을 나누듯, 정답고 따뜻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개운사길에 자리한 한 중식당에서 열린 이번 오찬엔, 최 회장과 최재춘 KTA 사무총장을 비롯해 9명의 해외 동포 선수단 임원·지도자가 참석했다. 시종 화기가 넘치는 가운데, 농담을 곁들이며 회포는 물론 솔직하게 고충까지 털어놓는 시간의 흐름이 계속됐다.
해외에서 태권도를 널리 알리는 데 온 힘을 쏟는 이들의 노고를 격려한 최 회장은 이를 뒷받침하려는 KTA의 노력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태권도가 정체성이 모호해지면서 위기를 맞이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KTA는 이를 타파하려고 열정을 쏟는 여러분의 마음과 하나가 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그 길은 ‘재미있는 태권도’의 실현이다. 이를 위해 KTA는 지난 3월 이미 품새 최강전 무대를 만들어 그 단초를 찾았다. 이 맥을 계속 이어 가기 위해 올해 안에 ▲ 품새 최강전 시즌 Ⅱ(10월)를 위시해 ▲ 시범 공연 대회 창설(11월) ▲ 관람형 경기인 파워 태권도 프리미엄리그 신설(12월) 등 일련의 사업을 펼치려 한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해외 동포 선수단 임원·지도자도 한목소리로 화답했다. “이런 자리를 베풀어 줘 감사드린다.”라고 서두를 뗀 이들은 “회장님의 구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우리도 각자의 영역에서 어떻게 하면 태권도를 재미있는 무도 스포츠로 만들 수 있지 고민하고 있다. 나름대로 해법을 찾아 실천에 옮기고 있다. KTA가 관심을 갖고 이를 지켜보며 지원해 주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비록 약 두 시간 동안의 짧은 만남이었을망정,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태권도의 밝은 내일을 기원한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