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를 매개로 한 소통의 자리는 정겨웠다. 그때 그 시절을 되돌아보며 나누는 정담 속에선, 화합의 기운이 샘솟았다. 화두는 ‘전국 체육 대회’였다.
반세기 이전에, 전국 체전 태권도 초창기 무대를 빛냈던, 이제는 큰 어른으로 자리매김한 원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그날을 그리는 ‘추억의 강’에선, 화목의 물결이 일었다. 70대 중·후반의 나이가 무색해지는 건강미가 물씬 배어 나오는 유쾌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오간 정다운 공간이 빚어진 시간이었다.
최창신 대한민국태권도협회(KTA) 회장이 태권도가 전국 체전에 채택됐던 1960년대 초·중반에 활약했던 그들을 초청해 마련한 오찬 모임은 그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흘러갔다. 명승부가 빚어졌던 그 순간을 돌이켜 보며 서로 상대의 활약상을 칭찬했다. 제100회를 맞은 전국 체전의 역사와 전통에 걸맞은 그때 그날의 회고담이었다.
이번 전국 체전 나흘째이자 태권도 종목 사흘째인 지난 10월 7일 성북구 성북로 한 일식집에서 열린 이번 오찬 모임엔, 주최자인 최 회장을 비롯해 이규석 아시아태권도연맹 회장, 정만순 전 국기원장, 유기대 KTA 고문(전 전라북도태권도협회 회장), 유형환 KTA 회장 특보(전 전라북도태권도협회 회장), 노수상 씨 등 모두 여섯 명의 원로가 자리를 함께했다.
태권도가 전국 체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시기는 56년 전 제44회(1963년) 전주 대회였다. 그 전해 제43회(1962년) 대구 대회에선, 시범 종목으로 전국 체전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 두 대회에 모두 전주고등학교 소속으로 출전한 유 고문은 단체전 방식으로 진행된 전주 체전에서 학생부 우승의 반열에 올랐다(표 참조). 곧, 전국 체전 태권도 금메달 1호의 영광을 안았다.
이 회장은 제44회 전주 대회에서, 정 원장과 노 씨는 제45회(1964년) 인천 대회에서, 유 특보는 제46회(1965년) 광주 대회에서, 각각 유서 깊은 전국 체전과 첫 연을 맺고 활약했다.
한편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기록을 속성으로 하는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KTA는 태권도사 편찬에 뜻을 두고 있다. 여러 원로들이 이에 대해 지닌 고견을 언제든지 들려주기 바란다.”라고 요청했다. 이번 모임을 마련한 데 대해 감사함을 나타낸 원로들은 태권도사 찬찬에 공감하면서 “기록이 멸실되거나 훼손되기 전에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수집하고 보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라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