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차~ 이승에서의 모든 시름을 훌훌 털어버리시고 흠향하시옵길 바라오며, 마지막 가시는 길 외롭지 않고 고이 잠드시어 길이길이 명복을 누리시고 극락왕생 하시옵소서∼ 상향”
부산 서구(구청장 공한수)가 추석명절을 앞두고 마련한 ‘무연고 사망자 합동위령제’가 지난 6일 오전 11시 대신공원 내 구덕민속예술관에서 각 동 주민자치위원장, 자생단체장,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이날 위령제는 서구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관내 병원에서 숨을 거둔 무연고 사망자 20위(位)를 위한 것이다.
이들은 가족해체와 가난 등으로 힘겨운 생을 살다가 지켜보는 사람도 없이 쓸쓸히 생을 마감한 뒤 장례의식 없이 곧바로 화장 처리된 저소득 무연고 사망자들로 이번 위령제는 이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으면서 많은 구민들의 위로 속에서 편안하게 영면에 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위령제는 공한수 구청장이 초헌관, 이석희 구의회 의장이 아헌관, 이응춘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회장이 종헌관을 맡아 봉행됐는데, 구청장이 직접 제주(祭主)를 맡아 무연고 사망자 합동위령제를 봉행한 것은 전국 처음이다.
이날 위령제는 전통 장례의식에 따라 진행됐는데 공 구청장이 독축을 하면서 “망(亡) 박○○~, 망 배○○~ ”라며 스무 명의 망자 이름을 한 명씩 부를 때에는 분위기가 숙연해지면서 몇몇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위령제에 이어 무연고 사망자들의 ‘마지막 길’이 쓸쓸하지 않도록 부정풀이, 비나리, 씻김굿 등 추모공연도 이어졌다. 특히 망자의 원한을 풀어주고 영혼을 이승에서 저승으로 천도하기 위한 씻김굿이 연희될 때에는 일부 참석자들이 나와 노잣돈을 태우고 절을 하며 극락왕생을 기원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한 황종심 씨(동대신3동)는 “구청에서 고생만 하다가 가족도 없이 저 세상으로 간 불쌍한 사람들의 혼령을 위로해주는 행사를 한다고 해서 나왔다. 고맙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좋은 곳에 가서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끝내 눈물을 흘렸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소장은 “전통 장례의식에 따라 체계적으로 합동위령제를 봉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참석하게 됐다. 이번 위령제에서 내세운 것이 인간의 존엄성인데 이런 문화에 대해 다함께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고, 여타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공한수 구청장은 “오늘 위령제는 살아생전 가난과 외로움 속에 사시다 홀로 쓸쓸히 가신 분들이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마지막 길’만큼은 우리 구민들의 정성과 마음을 담아 봉행했다.”라고 말하면서 “인구 고령화, 그리고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외롭게 생을 마감하는 분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데 이들을 위한 ‘마지막 복지사업’이라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매년 개최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