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철거’ 권고에도 군사상 필요성 때문에 토지소유자에게 무상사용동의서를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필요 시 해당 토지를 매입해 사용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 이하 국민권익위)는 군(軍)이 사유지에 무단으로 설치한 개인호, 교통호 등 군사시설을 철거하거나 해당 토지를 매입할 것을 국방부에 의견표명하고 토지 매입 전까지 토지소유자에게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것을 권고했다.
경기도 파주시에 거주하는 A씨는 자신이 소유한 파주시 소재 임야 8,231㎡에 염소 및 유실수 농장을 조성하려 했다. 하지만 이미 군이 해당 토지에 개인호, 교통호 등 각종 군사시설을 임의로 설치해 사용하고 있어 차질이 생겼다.
A씨는 동의 없이 사유지에 군사시설을 설치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법원에 철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군은 2018년 11월 30일까지 모든 군사시설을 철거하고 해당 토지를 인도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군은 법원의 결정에도 군사시설 철거나 토지 매입 등 무단점유 해결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림과 벌채에 대한 군사보호 심의를 요구하는 신청인에게 ▲공사 1주일 전 부대에 통보 ▲신청부지 외 추가 확장 금지 ▲작업 중 진지와 교통호 훼손 금지 ▲부대에 이행각서 제출 후 공사 착공 ▲차량과 병력 출입여건 보장 및 무상사용동의서 제출 등 5가지 조건을 수용할 경우 농장조성 공사에 동의하겠다고 통보했다.
군이 사유지를 무단 점유해 군사시설을 설치해놓고 오히려 토지 소유자에게 부적절한 요구를 내세운 것이다.
이에 A씨는 “화해권고 결정 당시 군의 이행을 신뢰해 토지 사용료와 국가의 소송비용 부담까지 포기했다.”라며 “철거나 매입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오히려 토지 무상사용 등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결국 군이 해당 토지를 매입하도록 해 달라는 고충민원을 국민권익위에 제기했다.
국민권익위의 확인 결과, 현재 국방부는 훈령을 통해 사유지에 군사시설을 설치하려면 원칙적으로 해당 토지를 매입하거나 사용권(지상권)을 취득하도록 하고 있다.
A씨의 토지는 군이 1972년 이전부터 소유자 동의 없이 군사시설을 설치해 사용해 왔지만 국방부에서 관리하는 ‘국방시설정보체계의 사·공유지 현황’에 해당 토지를 등록하지 않았다.
또한 현장조사 결과 A씨 소유의 토지에는 여러 종류의 군사시설이 설치돼 있을 뿐만 아니라 군사시설 간 연계성이 높아 철거하지 않을 경우 토지 전체를 매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됐다.
이에 국민권익위는 ▲군이 법원의 철거권고에도 불구하고 군사상 필요성을 이유로 계속 사용을 하겠다고 밝히는 점 ▲군사시설이 산 전체에 설치되어 있어 군사시설이 설치된 면적만 매입하면 A씨의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점 ▲해당지역 군부대도 해당 토지 전부 매입 필요성을 밝히는 점 등을 고려해 빠른 시일 내에 무단점유한 토지를 매입하도록 했다.
앞서 국민권익위는 지난해 1월 사유지에 무단으로 설치된 군사시설을 전체조사하고 해당 시설이 필요한 경우 토지를 매입해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불필요한 경우에는 빠른 시일 내에 철거할 것을 권고했다.
국민권익위 권근상 고충처리국장은 “법원의 철거 후 토지 반환 결정 이후에도 군이 계속해서 개인 토지를 동의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상황”이라며, “조속히 해당 토지를 매입해 ‘군사적 필요’라는 명목으로 개인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 해소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