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이요? 전혀 몰랐어요. 연속으로 좋은 일이 있어서 얼떨떨하네요.”
조성권은 감격에 젖은 모습이었다. 2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19 K리그 U18 챔피언십 결승에서 광주금호고가 수원매탄고를 연장전까지 0-0 무승부 이후 승부차기 5-3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금호고의 주장이자 주전 중앙 수비수로 팀의 무실점 승리를 이끈 조성권은 대회 최우수선수상(MVP)까지 수상했다.
경기 후 조성권은 “올해 앞서서 치른 두 대회가 너무 아쉽게 끝나서 이번 챔피언십은 팀원들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간절하게 준비했다”며 “이 구장(포항스틸야드)을 밟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인데 우승까지 차지하게 되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금호고는 ‘승부차기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난 챔피언십과 왕중왕전에 이어 올해 백운기까지 모두 승부차기 패배로 탈락했었다. 하지만 이날은 골키퍼 신송훈의 선방과 함께 다섯 명의 키커 모두가 킥을 성공시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직접 승부차기 키커로 나서서 킥을 성공시키기도 한 조성권은 “지난번 승부차기 탈락 이후 팀원 모두가 개인훈련으로도, 단체훈련으로도 승부차기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 이번 승부차기 전에도 그 동안의 노력이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 있게 차자고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광주FC 산하 유소년 팀인 금호고 소속인 만큼 최근 K리그2에서 1위를 달리는 광주FC의 존재도 선수들에게는 큰 동기부여였다. 조성권 역시 “광주 경기를 볼 때마다 배우는 것들이 많다”며 “요즘 경기를 보면 왜 1위 팀인지 알 수 있다. K리그 무대를 꿈꾸고 있는 만큼 동기부여도 많이 된다”고 말했다.
중앙수비수로 활약한 조성권이지만 그의 등번호는 팀의 주전 스트라이커들이 주로 다는 번호인 ‘9번’이다. 선수 명단에도 조성권은 수비수가 아닌 공격수로 등록되어 있다. 조성권은 “원래 공격수였다. 3학년 동계 훈련 때 무릎을 다쳤다가 복귀하면서 연습 경기 때 팀 사정상 중앙수비를 봤는데 감독님이 좋게 봐 주셔서 지금까지 계속 중앙수비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수용 감독의 이 포지션 변경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챔피언십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MVP에 뽑힌 조성권은 최근 정정용 감독의 U18 대표팀 소집명단에도 수비수로 이름을 올렸다. 사실 대표팀 선발은 결승전 전날 공문을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대회에 집중하기를 원했던 최수용 감독이 이 사실을 조성권에게 말해 주지 않았기에 조성권은 자신이 대표팀에 뽑혔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의 대표팀 발탁사실을 처음 듣고 기자들의 축하 박수를 받은 조성권은 “지금 처음 들었다. 연속으로 좋은 일이 있어서 얼떨떨하다”며 “앞으로 더 노력하고 좋은 선수가 되겠다. 대표팀에 가서도 기죽지 않고 내 모습을 다 보여주고 오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