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미술관(관장 김은영) 서울관에서는 2019년 8월 21일(수) 부터 8월 26일(월)까지 ‘권석만 개인전’이 열린다.
권석만은 서울대 미대 조소과 졸업 후 중앙대, 홍익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졸업하였으며, 이번 전시는 작가의 9번째 개인전이다. 다수의 기획.초대전 및 단체전 등에 참여하였으며, 현재는 한국조각가협회, 현대공간회 회원, 이화여대 강사로 있다.
권석만은 돌을 이용하여 과시적인 어떤 형상을 만드는 대신 돌의 마음을 헤아리려 했다. 그는 육중한 바윗덩어리의 껍질을 꾸준히 연마하여 속살을 드러내고, 그 속살을 온전히 게워낸다. 바위 표면에 멈춰진 우리의 시선을 자연에 담긴 깊고 넓은 인식의 장으로 안내하는 그의 돌조각은 돌의 죽음이 아닌 돌의 생명을, 돌의 외양이 아닌 돌의 본 모습을 일궈낸다고 할 수 있다. 석조 노동을 반복하는 작가의 작품에서 인위성, 작위성이 전혀 관찰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의 조각이 돌이라는 자연과 자연스럽게 내통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거품(Bubble)의 형상물은 작가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구체적인 형상’으로서의 조각이며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구체적인 형상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는가 이다. 그에게 거품은 특정한 형태만이 아닌, 존재이면서 무(無)이고, 존재의 의의만큼 혹은 그보다 더 큰 무(無)의 의미이기도 하다. 그의 작업실 옆을 흐르는 개울가의 거품이면서 포도송이의 알알이기도 하며, 뭉게구름의 잡히지 않는 양감, 계곡에 수북이 쌓여 있는 자연석들의 단단한 질감이기도 하다. 거품은 또한 반사하면서 투과하기도 하며, 표면이면서 내면이기도 하고, 먼 곳에서 바라본 개별의 외양이면서 개별 내부 가장 작은 곳의 모양새이기도 하다. 망원경으로 본 우주의 모습과 현미경으로 본 세포의 양자(Quantum)적 형태를 두루 포섭하는 그만의 거품 이미지는 모든 곳과 모든 것의 메타포로서 손색이 없다.
권석만이 새롭게 시도한 것은 거품이라는 형성만이 아니다. 조각에 쓰인 재료들도 그러한데, 작가는 형형색색의 수석(水石), 신비한 속살을 품은 오석(烏石), 자연의 푸름을 찾다가 발견한 ‘브라질 블루석(Macaubas Blue stone)', 그리고 스테인리스 선 등을 각각의 질료적 특성에 맞게 재단, 연마, 용접, 배치하고 있다. 특히 스테인리스 선으로 된 링을 무수히 만들어 각각을 연결한 작품은 오랜 시간에 걸쳐 용접한 것으로서, 금속의 냉랭한 성질을 이겨내고 가시덤불이나 구름 같은 따뜻한 정서의 자연물을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