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극장장 김철호)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유수정)은 2019-2020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개막작으로, 8월 30일부터 9월 8일까지 대표 레퍼토리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달오름 무대에 올린다.
014년 초연 이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무대에 오른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매 공연 언론과 객석에서 쏟아지는 호평 속에 매진행렬을 기록했다.
서울-여수-울산-안동 등 국내 11개 도시를 비롯해 프랑스 파리까지, 총 88회 공연을 통해 41,365명의 관객과 만났다.
명실상부한 ‘창극계 스테디셀러’ ‘국민 창극’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이유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올해 6년째 공연을 맞아 새롭고 과감한 변화로 중무장해 관객 앞에 선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주역 등용이다. 초연부터 5년간 호흡을 맞춰온 옹녀 역 이소연과 변강쇠 역 최호성 외에, 유태평양이 새로운 변강쇠로 등판한다.
유태평양은 2016년 국립창극단 입단 후 ‘오르페오전’ ‘심청가’ 등에서 주역을 맡으며 타고난 끼와 실력을 인정받았다. 창극 ‘흥보씨’의 제비, 국립극장 마당놀이 ‘놀보가 온다’의 흥부 등 코믹 연기도 재기발랄하게 소화해낸 만큼, 정력남 변강쇠는 어떻게 그려낼지 기대를 모은다.
옹녀 역의 언더스터디로 캐스팅된 20대 소리꾼 김주리도 맹렬히 연습 중이다. 11세에 9시간 20분간 판소리를 연창하며 최연소·최장 시간 노래 기네스 기록을 세운 소리꾼으로,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초연 때부터 매해 농익은 연기와 차진 소리를 선보여온 국립창극단원들은 밀도감 있는 무대를 만들어낸다. 음악의 디테일을 다듬고 조명, 영상, 소품, 의상 등 미장센을 수정해 완성도를 높인다.
특히 초연 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먹색 무대를 초록색으로 바꿔, 명랑하고 밝은 기운을 선사할 계획이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잃어버린 판소리 일곱 바탕 중 하나인 ‘변강쇠타령’을 재창작한 작품이다. 극본·연출의 고선웅은 외설로 치부되던 ‘변강쇠타령’을 오늘날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변신시켰다.
남녀의 성기를 묘사하는 ‘기물가(己物歌)’ 등 원전의 해학을 살리고, 템포감 있는 구성과 재기발랄한 말맛을 더해 관객의 웃음보를 쥐락펴락한다.
변강쇠가 아닌 옹녀를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인기 비결 중 하나. 창극 속 옹녀는 팔자가 드센 여자라는 굴레를 물리치고, 힘든 운명을 개척하며 사랑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당차게 살아가는 여인이다.
옹녀가 가진 적극성-생활력-생명력은 현대인들이 공감할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상’을 제시한다.
고선웅의 대본과 연출은 흥겨운 음악을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작창·작곡의 한승석은 원전의 소리를 살리면서도, 민요·가요 등 한국인의 흥을 자극하는 다양한 음악을 극과 딱 맞아떨어지게 구성해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뮤지컬 무대와는 또 다른 한국적 흥겨움을 느낄 수 있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여러 면에서 창극의 역사를 새롭게 장식했다. 2014년 초연 시 창극 사상 최초 18금·26일 최장기간 공연이라는 도전을 통해 화제를 낳은 데 이어, 같은 해 창극 최초로 ‘차범석희곡상’ 뮤지컬 극본 부문을 수상하며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 인정받았다.
2016년에는 유럽 현대공연의 중심이라 평가받는 프랑스 파리의 테아트르 드 라 빌에 창극 최초로 공식 초청되기도 했다. 6년을 넘어 10년 그 이상의 탄탄한 레퍼토리로 굳히기 위해 전 제작진과 출연진이 초심으로 돌아가 의기투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