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90% 이상이 산악지대로 이루어진 키르기스스탄. 평균 해발고도가 2,700m를 넘는 데다가 청정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파미르 고원에서 중국까지 동서로 이어지는 톈산산맥이 이 땅 어느 곳을 가도 머리 위에 펼쳐지고 그 아래로 뻗어 내린 굵직한 산줄기들은 장엄한 협곡지대를 자랑한다. 만년설과 얼음으로 덮인 산은 시간이 멈춘 듯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산정호수들은 푸른 숨을 내쉬고 있는 것 같다. 달리기를 통해 새로운 인생 여정을 만들어가는 러너 안정은 씨가 키르기스스탄에서 힘찬 걸음을 내디딘다.
여정은 해발 774m 고지대에 자리한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에서 시작한다. 두 번의 시민혁명을 통해 독재자를 바꾼 키르기스스탄의 저력과 고단했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도시를 사방으로 에워싼 거대한 산맥을 넘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정호수인 이식쿨 호수로 향한다. 이식쿨 호수는 그 면적이 제주도(1,849㎢)의 약 세 배에 달할 만큼 크고 소금기를 머금은 염호(鹽湖)로 한겨울에도 잘 얼지 않기로 유명하다. 키르기스어로 ‘따뜻한 호수’를 의미하는 이식쿨 호수. 톈산산맥 아래 드넓은 초원과 어우러진 평화로운 호수를 보고 있자니 마음에 따스함이 전해온다.
걸음을 옮기는 길목마다 청정한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바다처럼 펼쳐진 호수 너머 수평선은 그 끝을 헤아리기 어렵고, 톈산산맥의 만년설이 눈길 닿는 곳마다 광활한 파노라마를 그려놓는다. 다음은 이식쿨 호수 남쪽에 자리한 스카스카 협곡의 장엄함을 마주할 차례. 오랜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빚어진 기하학적인 형상과 땅속에 함유된 광물질이 발현된 붉은빛은 이색적이고 낯선 풍광으로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동화’를 의미하는 그 이름처럼 파란 하늘 아래 울긋불긋한 땅이 너울대는 그림은 마치 그림동화 속 한 장면처럼 신비롭다.
다음은 탐가 마을을 지나 바스쿤 협곡으로 달려가 본다. 톈산산맥 만년설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바스쿤 협곡으로 모여들어 풍요로운 생명을 일궈낸다.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들과 하얗고 커다란 꽃을 피운 에델바이스를 길동무 삼아 오르는 길. 오래전 실크로드로 향하던 길목이었던 이 길은 험한 지형 탓에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고 한다. 깊이 들어설수록 원형 그대로의 순수한 대자연이 미지의 풍경을 선사한다.
옛 실크로드의 숨결이 고스란히 흐르는 톈산산맥과 만년설이 흘러들어 파도치는 아름다운 산정호수. 미처 알지 못했던 키르기스스탄의 눈부신 대자연을 이번 주 <영상앨범 산>에서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