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손 잡고 처음 간 학교 진땀나는 받아쓰기 그래도 나는 좋아 공부병 나을테니…”
어려운 집안 사정이나 전쟁의 피해 때문에 배워야 할 시기를 놓친 어르신들이 늦깍이 학생이 돼 배움에 도전한다는 내용의 노래 ‘난생처음 그린 그림’의 한 소절이다.
7일 기흥구 신갈동 신갈야간학교엔 여름 방학 중임에도 열정 가득한 만학도들이 모여 합창 연습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 60~70대의 어르신들이다.
어르신 학생들은 9월에 열릴 문해의 달 선포식 행사에서 축하공연을 하기로 해 행여 가사를 잊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며 입을 맞추고 있었다.
이곳에서 중학 3학년 단계 수업을 듣고 있는 주덕순(상하동)씨는 “문해수업 중간에 틈틈이 하던 노래교실이 재미있었는데 지난해 정식으로 합창수업이 생겼다. 덕분에 큰 무대에도 서게 돼 너무 뿌듯하고 보람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경기도 동두천시, 하남시, 부천시 성인문해 학생과 뜻을 모은 ‘동하신부 합창단’을 설립한데 이어 10월 서울 꿈의 숲 아트센터에서 첫 정기연주회도 가질 예정이다.
용인시가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에게 초 . 중등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성인문해교육에 늦깍이 학생들은 이처럼 뜨거운 열정을 보이고 있다.
배우지 못한 게 한이었는데 이곳에선 원 없이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신갈야간학교 윤선희 선생님은 “20년동안 지나치기만 했던 병원을 보고 그제야 병원명을 알아보게 됐다는 분, 은행에 가서 이름을 직접 쓸 수 있어 좋다는 분 등 한글을 배워 생활에 도움을 받은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어르신들이 기본적인 문해 수업 외에도 합창 수업을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얻었다. 지난해 필리핀에서 코피노 가정 후원 공연을 했는데 우리도 남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용기를 얻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는 관내 10곳의 성인문해교육기관에선 45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학생들은 국어 . 영어 등 문해교육과 문학 . 음악 . 창의 체험 등의 선택 교과 과정을 배운다.
이 가운데 초등학생 5 . 6학년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초등 3단계와 중등 1 . 2 . 3단계를 수료하면 초 . 중등학교를 졸업한 학력을 인정해준다.
초등 1 . 2단계는 2년, 그 이상은 단계마다 1년씩 공부하게 된다. 수업은 매주 3회 열리며 수업시수의 3분의 2 이상 출석해야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시는 올해 교육부 성인문해교육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지원받은 3200만원을 포함해 3억7180여만원을 지원한다.
이들 학교는 8월 중순 2학기를 시작하는데 학령기에 기초교육을 받지 못한 만19세 이상의 용인시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기초적인 한글교육은 물론 자존감이 향상된다며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하반기엔 시화전과 합창 연주회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으로 어르신들의 제2의 인생을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